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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ul.E Kim's Solo Exhibition
Apr 5 - Apr 26  | ROY GALLERY Apgujeong

무지개 띠와 행진하는 기호들

Exhibition Note

《무지개띠와 행진하는 기호들》은 김귤이 작가가 기호 혹은 기호와 얽혀있는 본인의 서사를 통해 ‘나-사물-재료-세계’를 연결하는 시도와 실천을 보여준다. 현대 회화는 고유한 매체 특성과 AI 생성, 자동화 등 기계가 작성하는 스펙터클의 범람 속에서 거센 저항을 받으며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작가는 지속 가능한 회화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간다. 회화의 시작점은 기호이지만, 그 자체가 회화적이지 않은 기호들에 주목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작가는 최근 1950년대 초기 애니메이션을 찾아보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는 ‘행진하는 기호들’ 시리즈의 작업 노트에서 ‘현실과는 거리를 둔 채 끊어질 듯 이어지는 몸짓과 진한 윤곽선은 강렬한 시각적 기호로 나를 사로잡았다. 「증기선 윌리(Steam Boat Willie)」나 「미키 마우스 클럽 행진(Mickey Mouse Club March)」, 「루니 툰(Looney Tunes)」 속 캐릭터들의 행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기보다 방향과 속도를 담은 생생한 이미지에 가까웠다.’며 이를 위시한 대중문화 속 여러 움직임들을 작업 안에 녹여 냈다. 그러나 영상과 달리 회화는 물리적 시간 속에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재현할 수 없다. 회화의 움직임은 영상처럼 실재하지 않고 잠재적이다. 작가는 그 잠재적 움직임을 다양한 기호와 둥근 형태를 통해 표상한다. 이 둥근 형태들은 처음과 끝을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순환적인 시공간대를 연상시키며, 작품 속에서 불연속적으로 배치되었음에도 서로 공명하고 연동되는 특성을 가진다. 이는 화면을 수신하는 자들에게 물활론적 사고에 정주하도록 유도하며 기호와 이미지에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저서 『기호: 개념과 역사』에서 기호에서 기호로 나아가는 해석 과정에는 반드시 '추론'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기호가 항상 등가의 관계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의에서 기의로, 명제에서 명제로 미끄러지는 이 과정은 작가가 포착하는 기호의 동적 성격을 반영한다. 이처럼 명백히 코드화되지 않는 기호들, 분류되지 못한 것들은 사회에서 종종 타자화되어 무관심과 혐오의 대상으로 배제되지만, 현대 철학에서는 동일성의 핵심이 바로 그 타자성이라고 본다. 작가는 이 타자화된 기호들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며, 균열과 낯선 감각을 증폭시켜 회화의 잠재적 움직임을 탐구한다. 작가는 기호의 고정되지 않는 성격을 바탕으로, 그 미끄러짐 자체를 포착하고 균열과 모순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균형을 모색한다.


결국 하나의 기호는, 특히 ‘균열’된 기호는 연속적인 추론을 통해 끝없는 목록이 되고 광활한 세계를 전개한다. 어떤 맥락에 맺혀있는 기호인지, 기호를 해석하는 수신자에 따라 기호는 새롭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래서 기호는 ‘열린’ 상태다. 그러나 작품이 지닌 열림의 상태는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수신자, 즉 관객이 그 의미를 생성해내지 않는다면 작품은 결코 자신의 고유한 의미를 실현할 수 없다. 물질의 형해만 남아있을 뿐이다. 작품이 그 고유의 내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객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작가의 회화는 기호의 탈코드화를 매개로 작가의 신체와 지속적으로 유대하고 있다. 형태의 변칙성, 개인 서사, 평면성에 대한 답을 찾는 작가의 여정은 모든 것이 코드화될 수 있는 시대에도 여전히 코드화될 수 없는 회화의 물질적, 정신적 저항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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